이틀 전에 이번에 석사 졸업하는 선배의 논문 최종심사가 있었다.
내가 보기엔 엄청난 노력으로 탄생한 좋은 글이지만
어떤 디펜스도 그렇듯이 선생님들은 의례적인/필수적인 비판을 내리신다.
그 사이에 팽팽한 기싸움도 있다. 각자 자기의 주장을
다른 사람의 한마디로 쉽게 바꿔버릴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한/확신하는 주장이 오가는 사이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세상에서 무엇이 확실한 것일까?' '내가 과연 학자로서 어떤 의견을 확실한 것이라고 세상에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너무 확신하는 사람의 태도에는 무언가 덮으려는 게 아닐까하는 그림자가 보인다.
(내가 확실한 태도로 말한다해도 듣는 사람이 믿지 않을 수 있다. 또 확실한 태도와 비판에 열려있는 태도는 공존할 수 있다.) (노벨상 받은 사람들의 연구도 뒤집힐 때가 있다.)
확실한 것이 없다. 나의 지각을 믿을 수 없다.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이다.
세상에 무엇이 확실한 것일까?
중학교 때 처음 들었던 팝송을 다시 듣는다. 학원가기전에 mtv에서 나왔던 노래.
영어니까 알아듣는 한두마디를 이해했고 가수의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노래라고 '믿었다', 멜로디도 아름다우니 때때로 울쩍한 날에 생각나기도 하는 노래였다.
오늘 다시 꼼꼼히 가사를 살펴본다. 아뿔싸. 그런 노래가 아니구나.
아름다운 목소리, 멜로디, 한두마디 알아들은 가사 때문에 노래를 완전히 오도했다.
멜로디와 가사가 모순이라고 할만큼 어울리지 않는다.
아..내가 생각하는 것 중에 얼만큼이나 옳고 확실한 것일까?
내 멋대로,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내가 보고 싶어하는 틀에 끼어맞추어 생각한,
잘못된 것이 너무나 많다.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우 데카르트적인 생각이군.
답글삭제뭐, '옳은 것'이라는 건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해 가는 거니까 그렇다 치고,
'확실한 것'이라는 건 너의 말처럼 계속 고민과 의심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
'콩깍지가 눈에 씌였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 이 사람이 정말 '확실히'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지.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명제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변해가겠지?
스스로의 게으름으로 어떤 시점에서 상황 혹은 인물에 대해서 오판을 하였고,
사후에 다시 검토한 결과 그것이 오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의 책임이지만,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충분히 고민을 하여 옳고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
단지 사후적으로 이른바 '오판'이라고 생각되더라도, 그건 오판이 아닌 것 같아.
적어도 나는 그랬고, 우리는 그랬다고 믿기 때문에.
(너무 우리와 결부해서 생각한 건가?ㅡ.ㅡ)
스스로가 정한 틀에 맞추어 무엇이든 그에 따라 사고한 결과 발생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경거망동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듯. 나 역시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심지어 어제도 계속 꾹 참느라 힘들었던 것처럼) 넌 그렇게 성숙해지길 바라.